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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론] 100년 후의 '책' ~제8회 변모하는 정보유통~

샬럿. 2014. 2. 24. 03:09

저자 : 

사사키 토시나오 (佐々木俊尚)


약력 

1961년 효고현 출생.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마이니치 신문, 아스키를 걸쳐 2003년부터 자유 기고가로 활동. 

현재 총무성 정보통신백서 편집위원, 총무성 정보통신 심의회 신사업 창출전략 위원회 회원. 

주요한 저서로 '2011년 신문 · 텔레비전 소멸'(문춘신서, 2009년), '일을 하는 데 사무실은 필요 없다 노마드 워킹 제안'(광문사신서, 2009년), '매스컴은 더 이상 정치를 논할 수 없다'(강담사, 2010년), '전자서적의 충격'(디스커버 트웬티원, 2010년), '큐레이션 시대'(치쿠마신서, 2011년), '당사자의 시대'(광문사신서, 2012년) 등.


 



100년 후의 '책'

제8회  변모하는 정보유통
2014.1.24
원문 : 링크
번역 : 샬럿



 50대가 되어서 수필가로 알려지게 된 스가 아츠코는 1950년대 중반에 이탈리아에 건너가 이탈리아 남성과 결혼하여 60년대를 밀라노에서 살았다. 가슴 저미는 그의 연작 수필집 중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이 있다. 카톨릭 좌파의 문화 살롱이었던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에 관련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후 일본에서도 그러하였듯 공산주의 운동이 발흥했다. 카톨릭 교회 안에서도 좌파 사상과 기독교를 융합하여, 빈곤한 사람들과의 연대와 지원을 호소하는 사제, 신학생들이 나타났다. 그 중심인물의 일각이며 전쟁중에 파시즘 저항운동의 동지였던 다비드 마리아 투롤도와 카밀로 데 피아츠라는 두 사제. 그들이 밀라노 교회의 창고를 개조하여 연 것이 코르시아 서점이다.

 이 '서점'에서는 서적의 판매뿐 아니라 책의 출판과 좌담회, 회의, 봉사활동 등이 열렸다. 교회의 틀에 매이지 않고 '성역'과 '속세'의 울타리를 걷어내어 다양한 사람이 참가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설계한 것이다.

  정치의 시기였던 1960년대에 코르시아 서점은 새로운 신학의 거점으로, 그리고 그 운동에 관련된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기능했다. 스가 아츠코는 이렇게 적고 있다.

 

  저녁 6시를 지날 즈음부터 하루 일을 끝낸 사람들이 차례차례로 서점에 들어왔다. 작가, 시인, 신문기자, 변호사,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교사, 성직자. 그중에는 카톨릭 사제도, 프랑코의 강압정치를 피해 밀라노로 망령온 카탈루냐의 수도승도, 왈도파 프로테스탄트 목사도, 유대교인 랍비도 있었다. 그리고 청년 무리가 있었다. 한창 병역중에 출장을 명목으로 빠지곤 군복도 안 벗고 구석에서 문학서적 읽기에 푹 빠져있던 니노. "부모님께는 아직 비밀이에요."라며 애인을 기다리던 고등학생 파스콸레. 그런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기 전 짧은 시간 동안 신간 서적이나 사회정세을 주제로 시시콜콜한 토론을 하고는 했다. 다비드가 있는 날도 있었고 카밀로만 있는 날도 있었다. 판파니가 어쨌니, 넨니가 어쨌니 정치담론에 꽃이 핀다. 공산당원이 기독교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니 신랄하게 몰아세운다. 누군가가 중재에 나선다. 서점의 좁은 입구 통로가 사람을 헤치고 나가지 않고서는 안쪽까지 갈 수 없을 만큼 붐비는 날도 있었다. 


 일반적인 '서점', 즉 서적을 앞에 내세워 판매하는 소매점은 근대 서적유통 시스템 속에서는 소매만을 담당하는 부분적인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코르시아 서점이 고안한 것은 그러한 톱니바퀴 존재의 점포가 아니었고, 책을 인간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서적을 포함한 인간의 지(知)의 세계를 서점이라는 하나의 '장소'로 재구축하려는 시도였다.

 역사에서 보면 서점은 본래가 그러한 존재였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메이지(1868~1912)초기 때까지는 서점은 책을 간행하는 출판사임과 동시에 판매하는 소매점이기도 했다. 물론 자사에서 간행한 책뿐만 아니라 타사의 책도 취급했다. 지금과 같은 중개사는 없던 시절이라 책을 간행하는 서점끼리 직접 거래를 하여 책은 서점과 서점 사이에 유통되었다. 또한 이 시대의 서점은 신간서뿐 아니라 고서도 취급했다. 즉 현재의 업계 모습에서 보면 신간서점·고서점·중개사·출판사의 역할을 모두 '서점'이 맡았던 것이다.

 이것이 수평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시장이 확대되면서 부터이다. 메이지시대도 후반에 들어서면 도매와 소매가 분리되며, 도매를 전업으로 하는 도매업자가 등장하게 된다. 이것을 '중간 수집상'이라고 했다. 중간 수집상이라 하면 요즘은 고서점의 값싼 책을 매입해서 그것을 다른 고서점에 되팔아 돈을 버는 소상인을 가리키지만, 당시에는 신간책의 도매업자를 일컬었다.

 어째서 시장이 확대되었는가? 그것은 잡지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수가 적고 종류가 많은 일명 '소량 다품종'인 서적에 비해 잡지는 동일한 호가 정기적으로 대량유통된다. 더욱이 당시의 서점은 책을 매입하되 반품은 할 수 없었는데, 실업지일본사가 1909년에 여성잡지 '주부세상'을 내며 "판매재고는 자유롭게 반품하세요."라 내걸어 20만부를 싹 팔았다. 이같은 성공에 업계는 기세를 이어가듯 지금과 같은 위탁 제도로 차츰 변화했다. 이에따라 시장은 더욱 확대되어 1920년대 중반에는 '킹'(강담사)과 같이 100만부를 뛰어넘는 거대잡지도 나타났다. 이러한 잡지의 거대유통 시스템에 서적의 유통도 차츰 융합되며 현재와 같은 서적유통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잡지는 인터넷 미디어에 밀려나 현저하게 부수가 줄고 있다. 이대로 쇠퇴가 진행된다면 잡지와 서적이 한몸이 된 일본의 서적유통 시스템은 언젠간 기능을 잃어버릴 날이 올 것이다.

 앞으로 서적 유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서적뿐만 아니라 영상과 음악, 뉴스보도 등도 포함한 앞으로의 콘텐츠 유통 시스템의 가능성을 고찰해야만 할 것이다.

 오늘날의 서적 유통 시스템은 한 줄기의 강처럼 이루어져 있다. 강의 상류에는 글쓴이와 편집자가 있고, 기획을 결정하는 출판사가 있다. 그곳에서 원고가 인쇄회사로 흘러가고, 제본회사로 흘러가, 종이 서적 패키지로 완성되면 도매업자에게 흘러, 종착이라 할 수 있는 하천의 소매점인 서점에 흘러가 비로소 독자와 만나게 된다.


 이것은 서적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비즈니스에 해당된다. 텔레비전이라는 강, 신문이라는 강, 음반회사라는 강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강이 아닌 일종의 층단을 겹쳐 올려가는 식으로 콘텐츠 비지니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IT 용어로 말하자면 채널에서 레이어로 바뀌는 것이다.

 한 예로 텔레비전의 경우를 들어보자. 텔레비전의 장래상으로 '스마트TV'라는 것이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인터넷과 텔레비전이 합체된 것이 아니다. 삼성과 구글 등이 제조하는 스마트TV 영상 수신기를 보면 화면상에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이 늘어서 있다. 말하자면 스마트폰처럼 앱을 클릭하여 방송을 켤 수 있는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CNN 머니'라는 앱을 클릭하면 CNN의 금융정보에 관련된 텔레비전 방송이 나오게 된다. 'FOX'를 클릭하면 FOX의 뉴스 방송을 볼 수 있다. 채널을 바꿔가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앱을 켜서 보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요컨대 '애플리케이션처럼 된 텔레비전'이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전까지의 텔레비전 비즈니스는 패키지 상태의 텔레비전이었다. 방송을 제작하고 텔레비전 CM을 할당하고, 그것을 편성 시간표에 채워넣고서 종합으로 방송함으로써 무료로 시청자에게 제공한다는 '강'과 같은 모델이었다. 이 강의 최하류인 텔레비전 수신기는 채널을 바꾸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달 게 딱히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TV에서는 이 패키지가 파괴되고 수평으로 분리된 레이어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출 플랫폼이라는 층(레이어)이 있고, 그 위에 결제 레이어, 광고 레이어, 방송 콘텐츠 레이어 등이 겹쳐 올려진 구조로 변하는 것이다.

 이 구조 변화는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의 경우에 OS 레이어는 구글이 만들고 거기서 돌아가는 음악과 영상, 앱스토어 결제 레이어도 구글이 담당한다. 통신 레이어는 NTT 도코모 같은 통신 공급자가 갖고, 또 기기 레이어는 삼성과 소니 같은 제조사가 가진다. 앱과 음악, 동영상 등의 콘텐츠 레이어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나 영상회사, 음악회사가 쥔다.

 iPhone은 조금 더 간단하게도 기기와 OS, 결제는 전부 애플이 잡고 있다. 타사가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콘텐츠와 통신 레이어뿐이다.

 이 '층'이라는 레이어 모델은 '강'이라는 채널 모델과 크게 차이난다. 채널의 세계에서, 예를 들어 음악회사였다면 음악가와 스튜디오, 음반회사는 서로가 인적(人的)으로 연결된다. 출판사와 편집자, 글쓴이, 도매업자, 서점도 인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하지만 레이어 모델은 오픈되어 있어 인적인 연결은 필요없다. 오픈된 스토어가 제공되면 그곳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은 맘대로 영상과 음악, 앱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지금까지 채널의 존재였던 텔레비전은 결제도 광고도 송신도 방송제작도 모든 것을 하나의 회사가 해왔다. 민영방송국이 방송을 제작하고 광고를 넣고, 광고주에게 광고료 청구를 발생시켜 방송을 전파로 송출하였다. 수직으로 종합되어 있던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TV에서는 송신하는 기반은 구글과 애플이 빼앗아갈 가능성이 있다. OS와 스토어의 결제를 이들 통신기업이 쥐게 되면 어떻게 될까? 콘텐츠는 이전과 변함없이 텔레비전 방송국이 제작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일본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방송을 하청 제작회사가 만든다. 이들 회사가 수직 종합에서 풀려나게 된다면 구글과 애플의 스토어·결제 레이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방송을 제작하며 판매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기 레이어는 앞으로도 제조사가 맡을 것이다. 애플이 얼마 안 가 독자적인 텔레비전 수신기를 발표할 거라는 소문이 있는데 만약 애플이 이 시장을 과점하게 된다면 이 레이어도 애플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광고 레이어는 어떨까? 지금까지는 텔레비전 방송국이 CM의 틀을 덴쓰와 하쿠호도에 맡기고 있었지만 만약 기반이 통신기업으로 옮겨간다면 광고 레이어를 다른 주자가 뺏을 가능성도 생긴다.

 소셜이라는 레이어도 있다. 방송 콘텐츠 같은 정보를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유통되게 할 것인지 하는 레이어다.

 지금까지 텔레비전의 정보는 텔레비전 안에서 완결되었다. 방송 선전은 텔레비전 방송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방송 정보가 확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NHK의 '아마짱', TBS의 '한자와 나오키' 등의 드라마붐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증폭되고 있다. 일본의 표준 시청률조사회사 비디오리서치는 2014년 6월부터 '트위터 TV 지표'라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방송마다 제목과 출연자, 대사 등등 관련어를 추출하여 트위터에서 투고된 횟수, 투고자수 등을 집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표가 도입되면 시청률로 이어지는 SNS의 영향이 가시화되어 텔레비전은 SNS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LINE과 같은 대규모 SNS는 텔레비전 업계 바깥쪽에서 움직인다. 즉 소셜 미디어는 현시점에서도 이미 텔레비전의 수직 종합에서 해방되어 독립으로 구동하고 있는 것이다. 


 채널이라는 수직 종합의 해체와 레이어 시스템의 이행이 극적으로 진행되어, 레이어를 구업계 외부의 기업이 앗아가는 현상이 생기게 되면 구업계의 주자는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계에서 이 구조변화가 극적으로 진행된다면 결국 마지막에 텔레비전 방송국에는 무엇 하나 남지 않을 가능성 또한 있다.

 이것이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 비지니스 세계에서 일어날 무서운 사태이다.

 서적이 앞으로 전자화의 길을 걷는다면 이것과 같은 일은 분명 일어날 것이다.

 전자서적의 레이어 모델은 간단하게도 글쓴이, 기획편집, 오서링과 배포, 스토어, 소셜이라는 5개의 레이어가 전부다. 전자서적 데이터를 담당하는 오서링과 스토어에 발송하는 배포 레이어, 그리고 정보유통·마케팅을 위한 소셜 레이어는 그동안의 출판사에게는 노하우가 부족해 웹제작 회사와 새롭게 부흥하는 전자책 전문 기업에게 점차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일본의 출판사는 결속하여 스토어 레이어를 쥐어보고자 계책을 세웠지만 2012년 가을, 킨들 스토어 일본어판이 등장한 이후 자웅은 명백히 갈리었다. 분명 앞으로도 전자서적 시장은 킨들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기획편집만 담당할 수 있다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이책이 현저하게 쇠퇴해가는 상황에 버티지 못하는 중소 출판사가 늘면서 이러한 곳에서 유출된 서적편집 인재가 앞으로는 전자출판 신흥기업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잡지 쇠퇴국면에서 많은 잡지편집자가 웹미디어로 유입되는 사태를 볼 수 있었다.

 서적의 세계는 이처럼 레이어 모델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수직 종합은 차례차례 붕괴되어 레이어를 쟁취한 자, 또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만에 특화된 모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것은 콘텐츠의 거대한 구조전환이다.

 이것은 콘텐츠 등의 산업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조금 더 큰 틀에서 말하자면 인간사회의 모습 자체를 바꾸게 될 가능성을 품는다.

 타자와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을 예로 생각해보자.

 최근에는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도 레이어 구조에 삼켜지려 한다.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은, 예를 들자면 회사의 경우에 다음과 같았다. 기업 안에서 누군가와 누군가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메신저로라도 연락해본다. 휴대전화에 전화를 건다. 일반전화에 걸어본다. 팩스를 보내본다. 그럴 때마다 메일, 메신저, 휴대전화, 일반전화, 팩스로 채널을 바꿔야만 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채널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채널 교신은 메일 답장이 없으면 휴대전화 번호를 찾아야만 하고, 채널을 바꿀 때마다 매번 거기서 전환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클라우드화 된 플랫폼이 침투하고 있다. 전형적인 예를 하나 들면 페이스북 메신저가 그렇다.

 페이스북에서 교신이란 애초에 메일 주소를 찾아볼 필요도 없다. SNS의 특징으로 거래처든, 동료든, 친구든 모두 얼굴 사진 등의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나오는데 그 아이콘중에서 연락처를 고르는 것만으로 연락을 걸 수가 있다.

 우선 메일 모드로 메세지를 보낸 후 상대가 만약 책상 앞에 있어서 몇 초만에 답장이 온다면 바로 메신저는 채팅 모드로 바뀌면서 대화를 나누듯 교신할 수가 있다. 메일을 주고 받는 것과 실시간 채팅을 주고 받는 것이 매끄럽게 전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SNS '구글 플러스'의 경우는 영상 채팅으로 바꾸는 기능까지 마련되어 있다. 문장으로 교신하다가 이야기가 까다로워지면 "통화하시겠습니까?"라 요청하여 영상통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는 완벽히 메일과 메세지와 전화와 영상통화가 통합되어 있으며 상대 역시 SNS 가입자이기 때문에 찾아보는 수고를 극히 덜 수 있다.

 SNS라는 기반 위에서 다양한 교신을 전환 가능한 레이어 형태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간에 페이스북 같은 기반이 하나 있다면 그것으로 모든 연락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게 된다면 기업의 안팎 경계선이라는 개념은 커뮤니케이션 레벨로 쇠퇴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사내 연락을 나누는 것과 기업 밖의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것이 같아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기업은 다양한 사내 공정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예를 들어 현저한 것을 말해보자면 고객 대응 지원센터가 외부에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영어 고객지원이 인도나 필리핀에서 되고, 일본어 고객지원이 중국에서 되는 것은 이제는 드문 일도 아니다. 또 공장의 외부화도 들 수 있다. 애플 등은 자사에는 소유한 공장이 하나도 없다.

 나아가서는 영업도 외부화되어, 경리와 총무도 외부화 되는 움직임도 있다. 결국 이 움직임이 최종에 다다른다면 기업에 남는 것은 경영판단과 주요 기술과 디자인 정도뿐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기업'의 정의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게 될까?

 지금 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수많은 작은 벤처기업이 설립되며 그 업계안에서 인재가 유동하고 사람과 돈이 서로 융통되는 그런 변화가 일고 있다. 그중에는 갓 설립된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개인투자가도 있거니와 갓 이륙한 것으로 보이는 기업을 찾아내는 벤처캐피탈도 있다. 실리콘밸리나 도쿄 업계 전체가 하나의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하나의 지역 자체가 기업과 마찬가지 구조를 가진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기업 하나에서 보면 아웃소싱화가 진행되며 인원의 규모가 작아지는 것이지만 지역 전체에서 보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늘어난다. 내부가 외부화 되고 외부는 내부화 된다. 그러한 상호작용으로 기업의 외각은 점차 그다지 의미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가 앞으로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도 일어난다.

 지금까지는 출판사와 텔레비전 방송국, 음반회사가 각각의 독자와 시청자에게 채널을 경유하여 콘텐츠를 배포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페이스북과 애플, 구글, LINE과 같은 거대한 장을 경유하여 그곳에서 콘텐츠가 배포되며 콘텐츠에 관련된 정보도  공유되게 될 것이다.

 이 구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콘텐츠의 정보 자체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닿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더 이상 정보유통은 국내에 가둘 필요조차 없어질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의 세계에서 정보는 글로벌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음악가는 지금까지 나이지리아의 CD시장밖에는 대응할 수 없었지만 iTunes가 등장하면서 일본에서도 지극히 평범하게 나이지리아의 음악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백 장뿐이 팔리지 않던 음악도 세계에 유통되면서 수천 장, 수만 장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정보는 로컬이면서 동시에 글로벌이 된다. 국내에 팬이 소수뿐이라 하더라도 전세계에 존재하는 핀 포인트의 잠재적인 팬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면 절대수는 자동으로 커지게 된다. 요컨대 세계화 속의 롱테일(the long tail)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어라는 벽은 있지만, 예를 들어 만화는 글로벌화가 쉽다.  본디 신화스러운 이야기 구조를 갖춘 경우가 많고 세계적으로 문화유통을 하기도 쉬운 데다가 문자수가 적어 번역에 드는 수고가 그리 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일본만화는 세로쓰기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식이라 말풍선 형상과 넘기는 방향을 바꿔야만 한다는 난관은 있지만 해결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럼 소설과 논픽션은 어떨까? 현재에서는 영어권 등을 대상으로 번역된 서적 콘텐츠는 극히 적다. 하지만 일본어 등 각국어의 책을 클라우드 소싱으로 상호간에 번역하는 '바이마 북스'와 같은 시도도 일본 벤처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영어권 베스트셀러는 선지급료가 고가여서 판권을 따내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는데, 잘 팔리지 않는 영어 서적을 일어·영어 양쪽에 능통한 해외거주자 등의 힘으로 일본어로 번역하고자 하는 서비스이다. 출판사가 점찍어두지 않았을 만한 서적을 저가로 번역하고 드는 비용 없이 전자서적을 판매함으로써 장벽을 낮추고자 한 착상이다. 이 방법은 일본어 서적을 저자의 양해를 구하여, 영어나 프랑스어로 번역해 해외 전자서적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역방향도 있음직하다. 얻은 수익은 저자와 번역가와 운영기업이 일정 비율로 분배하며 초기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바이마 북스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클라우드 소싱과 전자서적, 글로벌 플랫폼과 연계되는 서비스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이것은 일본어라는 섬우주의 껍질을 깨버리고서 서적이라는 콘텐츠를 보다 글로벌에 맞춰 레이어화 할 가능성을 품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