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2일 날씨는 꽃이 만발하는 날을 미루는 중
와이파이를 끄고 유심칩을 빼면 휴대전화들은 하나의 화석이 된다. 메시지, 전화기록, 전화번호부, 마지막으로 쓰던 앱. 모든 게 타임캡슐처럼 멈춰 버린다. 당시의 휴대전화로는 여전히 '1'이 떠있는 대화창이나 금방 갱신된 프로필임을 알리는 노란색 바탕의 사람들. 지금은 이미 훌쩍 과거의 일이지만 거기서는 여전히 현재의 일이다. 그때 내가 하고 있었던 말, 새로운 상황이 생길 수 있었던 순간, 어떤 앱들을 썼던 이유. 현재에서 그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잠수함을 타고 고요한 심해 속으로 내려가는 듯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에게는 그런 화석이 2개 있었는데 며칠 전에 3개로 늘었다. 이제는 시조새 취급을 받는 갤럭시2를 떠나 영장류 직전 세대라 할 수 있는 아이폰 모델로 바꾼 것이다. 아무리 떨어뜨려도 튼튼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