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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4일 날씨는 겨울치고 포근

우리나라에서든 일본에서든 노래의 가사에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몇몇 작사가가 특히 애착을 가지고 쓰는 단어가 있고, 혹은 다른 말이 있는데도 굳이 그 말을 쓰는 이유가 거의 명백하게 운율 맞추기거나 단순히 어감이 좋아서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런 단어들만 모아다 특집으로 글을 하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봤다. 잘 쓰면 재밌는 기획이 될 테고 대충 쓰면 메모 모음에 그칠 텐데. 후자도 꼭 나쁘지는 않나?

일기 2016.01.04

2015년 12월 30일 날씨는 비

그가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가 지켜본 동안에는 후반기에 여자를 수시로 갈아 치우던 S군. S가 만년필로 적어 보낸 짧은 편지의 마지막은 '야속하신 분'으로 끝났다. 현대에서 여성조차도 잘 쓰지 않는 말을 과감히 적는 대범함이라니. S는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편이었다. 후자의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림도 좋아하니 순정만화 작가를 했다면 잘 됐을 텐데. -유효 기간이 지난 편지를 버리며.

일기 2015.12.31

2015년 12월 26일 날씨는 적당히 추움

한 사람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음악은 몇 곡일까?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는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유행가는 듣자마자 반하듯이 빠질 때도 있지만 그 외에는 그리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해도 필요에 의해서, 타의에 의해서 듣게 된다. 평균적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음악이다. 우선 그런 유행가의 수를 넣고, 그다음에 더할 것이 감정을 위한 음악과 음악을 위한 음악이 있다. 이걸 파고들어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고 누군가는 말할 테지만, 이 의문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그림이 몇 점이나 필요할까 생각해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맥락으로 느껴진다. 한편, 단언컨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옷이 몇 벌이나 필요한지는 충분히 계산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며 계산할 수 있는 범주이다...

일기 2015.12.27

2015년 1월 18일 일요일

(...전략...) 이번에는 쉽사리 질리지 않는 대상에 꽂혔다. 타로 버블티에 꽂힌 것이다. 이것은 어찌 큰 사이즈로 마셔도 다음 날 또 생각이 난다. 하지만 대도심의 버블티란, 아니, 비단 버블티뿐만 아니라 바깥에서 파는 음료들이란 대체로 가격에 애교가 없는 법. 그나마 3년 전에 한국 버블티 1세대 가게에서 먹어봤을 때는 나름 적당량 넣어주던 타피오카펄도 이제는 이 가게 저 가게 할 것 없이 알뜰하게 바닥에 깔아주는 형태이다. 타피오카펄의 쫄깃함과 탱글거림은 단순히 컵 바닥에 납작히 깔리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홈런볼보다 둥그런 모양에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마치 은하수의 한 연인을 위해 몸소 발밑에 깔려준 의리있는 까마귀들처럼 새까맣게 빛나는 타피오카펄들은 마땅히 컵의 30% 이상을 자신의 바다로 삼..

일기 2015.12.21

2014년 12월 1일 월요일

해서는 안 될 개그를 떠올렸다. 이러한― 1. 다음 동물 중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줄 경우 난처해질 수 있는 동물은?①개 ②고양이 ③말 ④소 정답 : ③말해설 : 말이 가업을 물려주면 망아지. 2. 다음 동물 중 친구가 사채에 시달릴 때 도와줄 수 있는 동물은?①개 ②고양이 ③말 ④소 정답 : ①개해설 : 검은 양복에게 쫓기는 망아지를 도와줄 만큼 개는 강아지. 올해의 첫눈이다. 모두가 잠든 사이가 아닌 지하철 안내방송이 익숙할 시간에 내렸다. 밤새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눈이 오려고, 겨울이 오려고 그랬었네. 이제는 코트의 계절. (...생략...) 시간만 가고 얻은 교훈이라고는 '오늘은 그냥 마트에 가서 우유나 사와야겠다'라는 생각. 오늘의 감상 : 밖에 나갔다가 동사할 수 있는 날씨가 되었도다.

일기 2015.12.20

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이사 온 지가 언제인데 오늘에서야 식기건조대를 싱크대 위 수납장에 설치했다. 생각해보면 이 식기건조대도 산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이마트에서 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너를 설치하게 되리란 예감을 느꼈지. 그리고 더욱 나의 집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예감도. 이게 무슨 헛소리야. 오늘은 점잖은 글을 쓸 만큼 저녁에 갑자기 일기 쓸 시간이 충분해졌는데. 하지만 여유가 생긴다고 해서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 했던 일을 더 오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일들의 태반은 평소에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할 수 있는데, 그만큼의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혹은 의지가 충족되지 못하여 안 할 뿐이다. 고로 오늘도 나는 안 하기로 했다. 길게 일기 쓰기.

일기 2015.12.19

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편의점에 공급되는 빵들은 언뜻 다 같은 맛일 것 같지만 사실 다르다. 특정 빵이 자주 팔리는 편의점의 그 특정 빵은 유달리 맛있다. 며칠 전 어느 편의점의 크림빵맛에 감동하여 이러고 있다. 나는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유난히 빵이 촉촉하게 느껴진 것인 줄 알았지만 옆에 있던 사람에게 한 입을 주니 그 사람도 알던 맛과 다르게 더 맛있다 하였다. 그 빵. 나는 그 빵의 미스테리를 밝혀내기 위해 며칠에 걸쳐 곳곳의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같은 크림빵을 사먹어 보았는데... 아, 3시 39분이니 자야겠다.

일기 201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