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61

2016년 5월 5일 날씨는 내내 맑다가 잠깐의 저녁 소나기

불을 다 꺼놓고 0시 너머에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좋다. 영화의 공기가 더 잘 느껴진다. 특히 밤공기에 물기가 있는 여름 초입부터는. 오늘은 그렇게 새벽에 영화를 보다 정전이 됐다. "정전이야!"라고 누군가 한 번 소리친 듯이 들렸으므로 우리 집만이 정전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유일한 빛이었던 화면이 꺼지고 소리가 사라지고 방안은 완전히 까매졌다. 나는 한창 집중해 있던 장면이 끊긴 것에 대한 아쉬움과 두 주인공의 대화 속에서 내가 생각해낸 것을 몇 초간 곱씹은 후, 스르르 의자에서 일어나 손끝에 감각을 집중시켜 마지막에 핸드폰을 둔 위치를 더듬어 보았다. 첫 번째 위치는 땡. 두 번째 추측한 위치에서 물을 다 비운 유리컵을 두 손으로 매만지고 조금 더 왼쪽을 더듬어 핸드폰을 손에 잡았다. 핸드폰의 손..

일기 2016.05.05

2016년 4월 17일 날씨는 봄 속에 바람 많이

조기는 맛있다. 갓 튀긴 조기는 참 맛있다. 알배기는 초 맛있다. 이건 오늘 아침의 감상. 그건 그렇고 아침으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뒤 낮잠을 잤을 때 꾼 꿈이 묘하다.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를 상황이 이제서야 꿈에도 그려졌다. 지금까지 생각만 해봤는데. 나는 고개를 기댔다. 깨어나니, 서울광장의 미세먼지와 여러 사람의 신발 밑창의 흙이 잔뜩 묻은 잔디를 껌에 넣어 씹은 듯이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들어 내가 좋아하는 기타 코드를 손가락으로 둥둥 울려 보았다.

일기 2016.04.17

2016년 4월 13일 날씨는 더워지는 낮

대규모 리디렉션301을 감행할 정도의 블로그 리뉴얼을 위해 그렇게 자료를 정리하고 책도 빌렸었으나, 그리고 그 때문에 새 글도 일부러 쓰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지금은 이걸 먼저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계획대로 리뉴얼을 하면 정말 좋을 텐데 자꾸자꾸 나으 직감이 노크를 한다. 이쪽으로 빠질 거면 제대로 빠지고 그게 아니라면 올해가 아니고서는 다시 못할 일을 먼저 생각하시라고. 눼, 알겠습니다. 다음카카오가 티스토리를 적어도 이번 해까지는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내 눈에 아른아른거리는 계획대로의 새 블로그 모습을 실현할 때까지.

일기 2016.04.13

2016년 3월 31일 날씨는 안 춥다면 안 춥고, 춥다면 춥고

3일 전에 뜬금없이 EA 오리진 계정의 비밀번호가 변경됐다고 메일이 왔다. 똑같이 게임을 사두고 묵혀 둬도 스팀은 한 번도 이런 소식이 안 날아오는데 오리진은...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어쨌든 새벽에 해킹당한 거라 바로 다음 날 낮에 고객센터로 연락했다. 무료 고객센터 전화가 연결이 안 되어서 유료 전화로나 겨우 연락이 닿긴 했으나 처리가 빨랐으므로 불만은 거기서 더 커지지 않았다. 계정의 비밀번호를 초기화한 뒤, 이 계정에 연결된 메일 주소는 해커들에게 이미 많이 노출된 것 같아서 메일 주소를 바꿨다. 이렇게 계정 보안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가 평소에 보안 관리를 조금이라도 한다는 게 참 다행으로 여겨진다. 인터넷 보안 백신 결제는 기본적이니 넘기고, 예를 들면, 블로그 관련과 쇼핑 관련처럼 성격이 ..

일기 2016.03.31

2016년 3월 26일 날씨는 약간 뿌염

난... ㄱ ㅏ끔...뻘짓을 한ㄷ ㅏ....☆ㄱ ㅏ끔은 뻘짓을 참을 수 없는 ㄴ ㅐ가 별루ㄷ ㅏ...ㄱ ㅖ속 뒤엎ㅇ ㅓ서.....소ㄹ ㅣ치며... 타자칠 수 있ㄷ ㅏ는건....좋은 ㄱ ㅓ ㅇ ㅑ.......ㅁ ㅓ... 꼭 필요ㅎㅐㅇㅑ만 치는 건 ㅇㅏ니잖ㅇ ㅏ...^^난... 뻘짓ㅇㅣ..... 좋ㄷㅏ.....ㅇ ㅏ니...ㅁ ㅓ리가 ㅇ ㅏ닌.....맘으로......뻘짓ㅎ ㅏ는 ㄴ ㅐㄱ ㅏ좋ㄷ ㅏ..... by. 생활코딩인이 너무나 되고 싶은 김모씨

일기 2016.03.26

2016년 3월 22일 날씨는 꽃이 만발하는 날을 미루는 중

와이파이를 끄고 유심칩을 빼면 휴대전화들은 하나의 화석이 된다. 메시지, 전화기록, 전화번호부, 마지막으로 쓰던 앱. 모든 게 타임캡슐처럼 멈춰 버린다. 당시의 휴대전화로는 여전히 '1'이 떠있는 대화창이나 금방 갱신된 프로필임을 알리는 노란색 바탕의 사람들. 지금은 이미 훌쩍 과거의 일이지만 거기서는 여전히 현재의 일이다. 그때 내가 하고 있었던 말, 새로운 상황이 생길 수 있었던 순간, 어떤 앱들을 썼던 이유. 현재에서 그것들을 구경하다 보면 잠수함을 타고 고요한 심해 속으로 내려가는 듯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에게는 그런 화석이 2개 있었는데 며칠 전에 3개로 늘었다. 이제는 시조새 취급을 받는 갤럭시2를 떠나 영장류 직전 세대라 할 수 있는 아이폰 모델로 바꾼 것이다. 아무리 떨어뜨려도 튼튼한 ..

일기 2016.03.22

2016년 3월 21일 날씨는 봄인 듯하면서 추움

꿈에 칸이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지냈던 아파트의 내 방에서 나는 칸이의 털을 빗고 있었고, 칸은 눈을 편안히 감고 있었다. 그 집은 칸과 내가 만나기 훨씬 전에, 포켓몬이 유행하던 시절에 4년간 살았던 곳이기 때문에 거기에 함께 있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사각의 유난히 넓었던 창문으로는 한낮의 부드러운 햇볕이 들어왔고 나는 오른손에 쥔 빗을 안쪽에서 바깥으로, 안쪽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며 얇은 털가죽 위의 서걱서걱한 감각을 반가우리만치 오랜만에 느끼었다.

일기 2016.03.21

2016년 3월 14일 날씨는 봄의 느낌

예정해뒀던 주방 선반 대정리를 하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읭?! 읭?!?!?? 작년과 지지난달에 그렇게 찾았던 USB가 여깄었네, 유리용기 속에.그때 왜인지 방안의 모든 서랍과 가방을 탈탈 뒤져도 없다 했다.주방의 선반 높은 곳에, 그것도 밀폐 유리용기 속에 있었으니 방 따위에서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왜 이동식 디스크가 저런 곳에 있었나 하고 생각해 보니 이내 어떤 일이 떠올랐다. 작년 10월, 언니가 결혼식에서 틀려고 한다며, 직접 만든 영상을 담아갈 USB가 필요하다고 하여당장은 쓸 일이 없기에 내 USB를 빌려주었었다.그로부터 2달 뒤쯤에 언니가 다시 집에 들렀는데, 그 전에 집에서 더덕청을 담아 갔던 용기도 도로 가져 왔다.언니는 그 안에 나에게 빌렸던 USB도 같이 넣어 왔다고 말해 주었다.나는..

일기 2016.03.14

2016년 3월 9일 날씨는 꽃샘추위

요며칠 나에게 벌어진 주요 사건1. 키보드를 비효율적이고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청소하다가 망가뜨렸다. 힝.2. 3일간의 위염으로 잠을 설치며 고통 받았다. 힝x2. (현재 회복중) 3. 분명 주요 사건이 3가지였던 것 같은데 마지막을 까먹었다...가 방금 기억났다. 머리를 1년 몇 개월만에 잘랐다.(4. 키보드를 결국 새로 샀는데 고장난 이전 키보드의 상자를 버리려고 봤더니 그 안에 이전전에 쓰던 멀쩡한 키보드가 있었다. 힝x3)

일기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