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다 꺼놓고 0시 너머에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좋다. 영화의 공기가 더 잘 느껴진다. 특히 밤공기에 물기가 있는 여름 초입부터는. 오늘은 그렇게 새벽에 영화를 보다 정전이 됐다. "정전이야!"라고 누군가 한 번 소리친 듯이 들렸으므로 우리 집만이 정전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유일한 빛이었던 화면이 꺼지고 소리가 사라지고 방안은 완전히 까매졌다. 나는 한창 집중해 있던 장면이 끊긴 것에 대한 아쉬움과 두 주인공의 대화 속에서 내가 생각해낸 것을 몇 초간 곱씹은 후, 스르르 의자에서 일어나 손끝에 감각을 집중시켜 마지막에 핸드폰을 둔 위치를 더듬어 보았다. 첫 번째 위치는 땡. 두 번째 추측한 위치에서 물을 다 비운 유리컵을 두 손으로 매만지고 조금 더 왼쪽을 더듬어 핸드폰을 손에 잡았다. 핸드폰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