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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7일 날씨는 비온 뒤 추움

놀이공원을 좋아하지만 놀이공원을 잘 알지는 못한다. 간다고 놀이기구를 열심히 타고 다니지도 않을 터이다. 환상의 세계를 동경하는 어린이가 딱 좋아하게끔 꾸며져 있는 그 모습이 좋은 걸 수도 있고, 사람들의 설렘과 흥분이 전해져서일 수도 있고, 차를 신경 안 쓰고 넓게 걸어다닐 수 있는 평지가 좋은 걸 수도. 근데 딴얘기지만, 서있는 갈매기의 옆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이 귀엽다.

일기 2017.01.28

2017년 1월 26일 날씨는 새다리도 추울걸

횡단보도 2개만큼 떨어져 있는 빵집의 간판 불빛. '저곳에는 마카롱이' 그렇게 생각하고 첫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시 매장을 본 순간, 방금의 불빛은 뭐였나 깜깜하게 불이 꺼진 건물만이 남았다. 모든 가게 유행이 2번은 돌고 찾아오는 마을에 신기루라도 있는 걸까. 지하철 공기에 취할 수 있을까. 11시 6분, 오. 빵집으로 가는 2개의 오래 걸리는 신호등 대신 집으로 가는 1개의 빠른 신호등을 택할걸. 나와 같이 길을 건너온 퍼즐조각처럼 서로를 껴안고 걸어가는 연인 옆에는 새하얗게 불이 켜진 무인 인형뽑기가게, 그리고 인형을 뽑는 일곱 사람. 지하철을 타고 오며 본 사람이 생각났다. 큰 사자인지 강아지인지 갈색 인형을 폭 껴안고 있던 건너편 승객.

일기 2017.01.27

2017년 1월 24일 날씨는 추움

조금씩 나눠보던 시즌2를 다 봤다. 역시 재밌었지만 사건이 시원하게 풀리기보다는 뒤가 찜찜한 떡밥이 많았다. 시즌1과 시즌3의 다리 역할인 걸까. 이제 다음은 오피스 시즌5를 다 보고... 왕좌의 게임도 시즌6 보고... 남들이 다 보고 난 작품들을 찬찬히 즐겨나가야지. 밀린 것을 다 보고 나면 연말을 앞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동안에 또 밀린 것들이 새롭게 놓여있고 보는 새에 다음 해가 되고. 이렇게 인생은 드라마 보기에도 부족한 것이다.

일기 2017.01.25

2017년 1월 22일 날씨는 쌓인 눈이 서벅해지는 추위

현재 위치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나와는 멀리 있는 외국문물에 빠져든다. 이건 가정이다. 처음부터 나와 멀리 있었고 알아듣기 힘든 것들은, 당연하게 이해되는 현재 위치의 말과는 다른 편안함을 주고는 한다. 이해하지 못해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이해하지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해한 후보다 이해하기 전이 좋을 때조차 있다. 아무도 몰래 나의 말로 재구성된 느낌을 고이 간직하고 싶어진다. 외국의 것은 애초에 멀리 있었다. 잘 알지 못할 때 그 거리는 아무리 멀어도 차라리 0에 가깝다.

일기 2017.01.22

2017년 1월 21일 날씨는 눈이 폴폴폴댄스

나는 매일 여기서 하나씩 쓰이는 글이 분명, 본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 누군가에게, 외부세계는 존재하고 지구 반대편에 사람도 (그리고 바나나도) 살고 있으며, 국제물류회사나 우체국은 외부세계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정보생산집단이 아니고, 지구를 탈출하면 우주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보다 신빙성 있게 느끼는 데 기여하리라 굳게 믿는다.

일기 2017.01.21